승승장구하고 있는 미 뉴욕증시에 경종을 울린 이는 마켓워치 칼럼니스트인 폴 B. 패럴. 그는 최근 쓴 칼럼에서 미 증시가 올해 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보다 더 폭락할 가능성이 87%나 된다고 했다.
패럴은 평소 칼럼에서 시장 붕괴를 의미하는 '크래시'(crash)라는 단어를 자주 쓰는 비관론자다. 다만 그는 이번 칼럼에서 3~4년 전부터 최근까지 전문가들이 제기한 경고들을 주장의 근거로 삼았다.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불거지기 전처럼 시장의 위험을 경고하는 신호들이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그는 매도 포지션 말고 '월가 카지노'에 베팅하는 것은 내년에 엄청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1월 이후에도 그동안 증시를 떠받쳤던 양적완화(자산매입)가 지속될 가능성이 13% 남아있지만, 강세장이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썼다.
뉴욕증시의 강세장은 올해 말로 4년 반째가 되는데, 이는 강세장의 평균 수명으로 알려진 3.75년을 훌쩍 넘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패럴은 올해 말 증시 붕괴 시나리오를 뒷받침하는 암울한 전망 10개를 소개했다.
◇버핏 "새 거품이 더 큰 침체 몰고 올 것"
'투자귀재' 워런 버핏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증시가 폭락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경기침체를 몰고 올 새로운 거품이 또 일어나겠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고 답했다. 그는 금융시장에 거품이 생기는 것도 경기가 순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버핏은 또 우리가 금융위기를 통해 탐욕이 얼마나 위험한지 배운 것 같지만, 인간은 결코 탐욕에 저항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패럴은 새로운 거품과 더 큰 침체에 대한 경고음은 4년이 지난 요즘 더 크고 가깝게 들린다고 지적했다.
◇FRB 자문委 "주식·채권시장 거품 지속불능"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스는 최근 FRB 자문위원회가 지난달 중순 회의에서 FRB의 저금리정책과 자산매입프로그램이 통제할 수 없는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고, 증시와 채권시장에 지속불가능한 거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강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자문위원들은 급격한 물가상승이 FRB에 금리인상을 강요하면 기업투자와 개인소비에 타격을 줘 미 경제에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프 "2008년보다 더 큰 위기 100% 확신"
월가에서 손꼽히는 투자전문가인 유로퍼시픽캐피털의 피터 시프 CEO(최고경영자)는 FRB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든지 파국을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FRB가 양적완화를 중단하고 그동안 매입했던 미 국채와 모기지채권(MBS)을 내다팔면 시장 붕괴로 침체를 피할 수 없고, 그렇지 않으면 훨씬 더 심각한 통화위기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시프는 지난해 "2008년보다 훨씬 더 큰 시장 붕괴가 임박했다"고 경고했는데, 지난주에는 "2008년보다 더 심각한 위기가 닥칠 것으로 100%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생각은 순전히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것"이라며 "자산가격이 오른 것은 저금리 탓으로 금리가 다시 오르면 자산가격은 추락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로스 "신용 초신성 폭발...거대한 약세장 임박"
'채권왕'으로 유명한 빌 그로스 핌코 CIO(최고투자책임자)도 올해 초 신용거품 붕괴 가능성을 경고했다. FRB가 양적완화로 시중에 푼 '싼 돈'(cheap money)이 만든 신용거품은 초신성처럼 폭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투기자금과 다단계 금융사기와 다를 바 없는 폰지금융이 지배하고 투자은행을 문제 삼고, 이와 다를 바 없는 버냉키의 폰지금융도 결국 자멸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링 "실물경제-시장 단절 후폭풍 불가피
금융위기의 전조가 된 미 주택시장의 거품 붕괴를 정확히 예견한 것으로 유명한 게리 실링 게리실링앤드코 설립자는 올해 말 실물경제와 시장이 단절된 데 따른 후폭풍이 몰아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온통 중앙은행들이 만든 돈의 홍수에만 정신이 팔려 취약한 경제에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에 충격은 더 클 것이라고 했다. 이른바 '대단절'(grand disconnect)이다.
실링은 대단절이 증시를 띄어 올리고 저금리 환경에서 비롯된 고수익 추구욕 덕분에 정크본드를 비롯한 저질 채권이 득을 보고 있다며, 이렇게 만들어진 거품은 결국 2008년의 시장 붕괴를 재연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비니 '퍼펙트스톰', 그랜덤 "美 성장 영원히 끝"…
이밖에 '닥터둠'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이른바 '퍼펙트 스톰'을 경고했고, '가치투자의 귀재' 제레미 그랜덤은 미국의 성장은 이제 영원히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랜덤은 오는 2100년까지 미국의 연간 성장률은 산업혁명기 이전 수준인 1% 미만으로 밀릴 것으로 예상했다.
또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예산국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톡맨은 최근 미국의 경제적 파멸(apocalypse)이 임박했다고 밝혔다. 그 역시 FRB가 만들어낸 자산거품을 문제 삼고, 2009년 시작된 미 증시의 강세장이 곧 무너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캐피털 CEO는 2008년 시장 붕괴의 진짜 충격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며, 자신은 현금 보유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9만명의 투자전문가를 독자로 둔 인베스트먼트뉴스는 채권시장 붕괴가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패럴은 인베스트먼트뉴스의 이번 경고는 2008년 이후 가장 큰 경고라고 지적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