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미국과 일본의 양적완화(채권을 사들여 시중에 자금을 푸는 것) 축소 우려로 국내외 채권 금리가 급등하자 증권사들에 대한 집중 점검에 나섰다. 주식시장 거래대금 급감·공모시장 침체 등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증권사들이 지난해엔 꾸준한 금리 하락에 힘입어 채권 투자에서 수익을 내 다른 사업 부문에서 생긴 손실을 메울 수 있었지만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서 평가손실 등으로 이 마저도 어려워져 건전성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3월말 기준으로 국내 증권사들이 보유한 채권 규모는 134조원에 달한다.
1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국내외 채권금리가 급등(채권가격 하락)하자 채권시장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증권사의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스트레스 테스트(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모의실험)를 진행하고 있다. 채권·주식·외환 등의 자산 가격이 급락해 평가손실이 발생할 경우 증권사들이 이를 감당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의 양적완화가 축소되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분야가 채권시장이고, 채권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금융권이 증권사”라며 “현재 채권금리가 일정 범위에서 움직일 때 증권사의 평가손실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등을 분석하는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STX그룹 등 기업구조조정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양적완화 축소 우려까지 겹치면서 채권 금리가 상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2일(현지 시각)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에서 향후 자산 매입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로 인해 금융시장에선 미 연준이 양적 완화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었고 신흥국시장에서 자금이 대거 이탈하기 시작했다. 금융투자협회 집계에 따르면 국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22일 2.59%에서 지난 13일 2.87%로 3주만에 0.3%포인트 가까이 급등했다. 미국의 출구전략이 단기간내 실시되지 않더라도 선진국 투자자금이 포트폴리오를 선제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증권업계는 구조조정 가능성이 공공연하게 거론될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 금융감독원 통계를 보면 국내 증권사의 2012년 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순이익은 1조2408억원으로, 2011년 회계연도(2조2126억원)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주식거래·자산관리 수수료 수입은 전년보다 20~40%씩 감소했다. 전체 증권회사(62사) 중 15곳은 적자 상태다.
한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자금을 운용할 곳이 마땅히 없어 대부분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며 “자본을 많이 보유한 대형 증권사의 경우 보유한 채권 규모가 더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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