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3일 목요일

멀쩡하던 새 아파트, 갈수록 소음 커지는 건 싸구려 자재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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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권장하는 `표준바닥` 기준대로 시공했는데 무엇이 문제입니까."(건설사)

"저질 충격 완충재 때문에 층간소음에 시달릴 겁니다. 무조건 바꿔주세요."(아파트 입주예정자)

최근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사건까지 잇따라 발생하자 아직 입주도 하지 않은 `공사 중 단지`에서도 바닥 자재를 둘러싼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 대개 입주 후 문제가 발생했지만 계약자들 입맛이 까다로워지면서 대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내년 6월 입주 예정으로 공사 중인 하남미사지구 보금자리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분쟁의 핵심은 바닥 충격음을 줄이려고 층간 콘크리트 중심부에 까는 완충재다. 시공사인 대우건설ㆍ신동아건설이 스티로폼 재질의 발포폴리스티렌(EPS)을 완충재로 사용하려 하자 입주 예정자들이 저질 자재라며 들고 일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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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층간소음 등급에 항의하는 하남 미사지구 보금자리 아파트 입주 예정자. <매경DB>

입주 예정자들은 EPS 대신 고무재질의 발포비닐아세테이트(EVA)로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 사업을 총괄하는 시행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LH 관계자 "주민들 염려는 이해하지만 EVA가 EPS보다 소음방지에 탁월하다는 근거가 없다"며 "EPS 가운데 입주민들이 요구하는 제품을 사용하는 방향으로 설득 중"이라고 밝혔다.

EPS는 현재 대부분 아파트에서 사용되는 스티로폼 재질의 완충재다. 신발 밑창에 들어가는 고무와 비슷한 EVA는 충격완충 기능은 뛰어나지만, 값이 비싸 아파트에선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 10개 단지 중 1~2곳만 EVA를 쓰고 나머지는 대부분 EPS를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층간소음 완충재 시공비는 자재 종류, 마감 두께, 시공법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통상 20㎜ 두께 완충재를 시공할 경우 자재와 시공비를 합쳐 EVA는 ㎡당 3800원 선, EPS는 2000~3000원 선이라고 업계는 설명한다.

전용 85㎡형 아파트에서 바닥 완충재를 깔아야 하는 공간은 거실 주방 침실 등 70㎡ 안팎이다.

따라서 단순 계산하면 EVA를 깔 경우 26만6000원, EPS는 14만~21만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다 시공방식 차이를 고려해도 많아야 수십 만원 안팎밖에 차이가 안 난다. 결국 비싸서 고무 소재 자재를 못 쓴다는 것은 건설사들의 `엄살`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정말 건설사들 주장처럼 EPS와 EVA는 충격음 방지 성능면에서 별 차이가 없는 걸까. 학계에선 시간이 흐를수록 EVA 성능이 빛을 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이정윤 교수는 최근 `바닥 완충재의 장기 성능 평가` 연구를 진행하면서 두 자재의 내구성을 직접 실험했다.

45일간 바닥에 압력을 가했을 때 완충재가 눌렸다가 회복되는 정도를 비교 분석했다. EVA는 하중을 제거한 뒤 사흘 만에 원래 두께를 회복했지만, EPS는 같은 기간 원상태의 87% 수준밖에 되돌아오지 못했다. 이 교수는 "장기간에 걸쳐 완충재에 압력이 가해지면 초기 측정된 층간소음 성능이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45일간 하중을 가했을 때 찌그러지는 정도도 EVA가 12%, EPS가 18%선으로 나타나 애초 충격을 견디는 성능도 고무소재가 상대적으로 뛰어났다.

바닥재 생산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차음 성능을 분양 전 실험실에서만 테스트하고 입주 후엔 대부분 평가하지 않는다"며 "이러다 보니 건설사들이 값싼 자재만을 쓰고 고급 완충재를 생산하던 업체들은 거의 다 망해 버렸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바닥 충격 완충재도 단열재처럼 준공 후 2년이 지나도 문제가 생기면 하자보증을 하도록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층간소음 분쟁을 빚었던 인천 구월 아시아드 선수촌아파트에선 인천도시공사가 완충재를 EPS에서 EVA로 교체하기로 했다.
 
층간 완충 작용을 할 기포 콘크리트 두께도 40㎜에서 50㎜로 늘리기로 했다.

중견건설사 우미건설이 짓고 있는 대전 도안신도시 아파트도 층간소음 완충재 두께를 20㎜에서 30㎜로 상향 조정키로 했다.

※ 층간소음을 줄인 우수사례와 획기적인 해결 아이디어를 접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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